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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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조회315회   댓글0건   작성일3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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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의  강 아 지,  예 삐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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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삐는 쓰러지지 않는다


예삐는 강인한 강아지였다. 유기견이었던 녀석은 서울에서 형을 만나 머나먼 경상남도까지 내려가 낯선 장소로 오게 되었지만, 씩씩하게 잘 적응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디스크가 찾아와 두 번 다시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녀석은 포기하지 않고 치료 끝에 다시 네 발로 일어섰다. 천방지축으로 마당을 뛰어다니며 재롱부리는 예삐의 모습은 시골 본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었다.

차라리 디스크가 낫지 않았더라면


유기와 디스크. 예삐의 견생에 찾아온 위기는 그것 두 개로 끝나길 바랐다. 하지만 나의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녀석에게 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진짜냐 되물었다.


마당 문이 살짝 열려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똑똑한 녀석이기에 집으로 돌아가라고 손짓하면 알아서 잘 귀가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날 만큼은 고집스럽게 말을 듣지 않고, 갯벌로 향하던 형과 어머니를 따라왔던 것이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강아지의 엄청난 비명소리」 형은 그렇게 표현했다. 조개를 캐고 있을 때 선명히 들렸던 그 비명소리는 이웃집 차에 앞발이 뭉개진 예삐의 것이었다. 어머니는 울면서 주저앉았고 형은 자신의 옷을 벗어 예삐의 몸을 감싸 안았다. 형은 다소 격앙된 상태로 114에 전화했다고 하는데, 통영에서 치료를 가장 잘하는 동물병원을 알려달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자동차 시트가 붉게 물들었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차를 몰았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예삐는 고통에 신음했는데 녀석을 끌어안았던 형은 피의 끈적함과 뜨거움 그리고 불안함과 공포의 서늘함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통영에서 가장 잘하는 동물병원


선생님은 형에게 당황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먼저, 이 상처는 우리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병원 설비가 큰 상처를 치료하기 에는 적합하지 않아서였다. 선생님은 예삐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일반적으로 어떤 병원이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그 말을 끊고 형은 소리를 질렀다. 다른 병원 갈 테니까 응급처치라도 빨리해달라고. 선생님은 순간 움찔하더니 알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료실 에 들어가기 직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경상대 동물병원이 설비도 좋고 잘하니 그곳에 전화해보라고 소개해주었다.


진료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예삐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형은 급하게 경상대 병원에 전화했다. 전화기에서 친절한 응대 목소리가 들려왔고, 형은 자신의 강아지 앞발이 으스러졌는데 혹시 치료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들려온 대답은 이랬다.


“네? 저희는 동물을 치료하지 않는데요?”


정신이 없었던 형은, 경상대 동물병원이 아닌 경상대 병원에 전화했던 것이다. 예상 밖의 대답에 당황한 형은 대꾸했다.


“그럼 우리 강아지는 어쩌라는겁니까!?”


어머니는 서둘러 형의 전화기를 뺏고선 죄송하다고 두 번 말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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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구역 화타는 접니다.


좋은 설비를 갖춘 큰 동물병원을 찾고 있던 중, 응급처치를 마친 선생님이 진료실을 나왔다. 그의 표정은 처음에 비해 크게 반전되어 있었는데, 당황한 기색은 온 데 간 데 사라졌고 얼굴에서 묘한 자신감마저 느껴졌다고 한다. 응급치료가 다 끝났다는 얘기를 들은 형은 큰 동물 병원을 찾아가기 위해 나갈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 형에게 선생님은 나지막하게 커밍아웃했다.


「사실... 제가 다 치료할 수 있습니다.」


예삐 견생에 두 번째 신의를 만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진료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돌아온 선생님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본인이 온전히 치료할 수 있으니 자기 병원에 맡기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예삐는 다시 네 발로 뛰어 다닐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형은 자신이 114에 했던 말을 돌이켜 떠올렸다.


통영에서 치료를 제일 잘하는 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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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뻔해서 살았다


예삐의 치료는 순조로웠다. 녀석이 회복되던 동안 형은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예삐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어느 날 선생님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예삐의 교통사고 치료 과정에서 심장사상충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심장사상충의 진행 상태가 딱 치료 불가 단계 직전이라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사고가 나지 않아서 병원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 심장사상충으로 큰일이 났을 거라고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사고가 났기에 예삐는 살았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날 형은 치료실에 누워있는 예삐를 보며 온갖 생각을 다 했다고 한다. 미안하고 고맙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말로 설명하기 적합하지 않은 뭉클한 감정을 말이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삐는 유리 너머의 형을 발견하고선 속없이 꼬리를 흔들었다.


예삐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예삐에게는 자신보다 7살 어린 골든 리트리버 동생이 있다. 덩치가 송아지만 한 녀석은 항상 예삐의 엉덩이에 주둥이를 들이밀고선 놀자고 떼를 쓰는데 예삐는 쉽사리 어울려주지 않는다. 

 

마당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 녀석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도한 예삐도 가끔은 덩치 큰 동생과 힘겨루기를 하며 놀아줄 때가 있다. 질긴 천의 양쪽을 물고 당기는 두 마리의 강아지. 그중 하나가 예삐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그 모진 풍파를 다 겪어 놓고선 저렇게 건강하다니 말이다. 

 

사고의 흔적은 예삐의 양쪽 앞발에 고스란히 남았지만, 그것이 예삐를 주저앉히지는 못했다. 주인을 잃은 상실감도 청천벽력 같았던 디스크도 거짓말 같았던 교통사고도 그리고 심장사상충까지도 말이다. 작은 체구를 가진 노견이지만 누구보다 강인한 예삐. 녀석은 오늘도 마당에 나와 방방 거리며 형의 간식을 기다리고 있다.
 

 

CREDIT

글 사진 동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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